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금리 상승과 함께 부동산 거래에서 전자계약 방식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 현상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 측면만큼이나 간과되어서는 안 될 문제점들도 존재합니다.
전자계약 증가의 신뢰성 검증
부동산 거래에서 전자계약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은 구체적인 데이터 검증이 필요합니다.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라는 표현은 정량적 근거 없이 제시되어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실제로 전자계약 건수, 전체 부동산 거래 대비 점유율, 지역별 분포 등 구체적 수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이러한 주장은 검증이 필요합니다.
대출금리 상승과 전자계약 증가의 인과관계 역시 논리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구매력이 약화되어 부동산 거래
자체가 위축되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원리입니다. 그런데 왜 전자계약이
증가하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단순히 "빠르고 안전한 거래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는 주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금리 상승기에 거래를
서두르는 심리가 전자계약 선택으로 이어졌는지, 아니면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의
자연스러운 흐름인지 명확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시간 절약과 안전성을
강조하는 주장도 실증적 검증이 필요합니다. 전자계약이 종이 계약서 작성 및 서명
과정의 지연을 최소화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시간이 단축되는지 구체적 비교
데이터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걸리던 절차가 몇 시간으로 단축되는지,
아니면 하루 이틀 차이에 불과한 지에 따라 그 효용성 평가는
달라집니다. 또한 데이터 암호화와 인증 과정을 통한 보안이 강조되지만, 실제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 사고 통계, 기존 종이 계약 대비 보안 수준 비교 등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안심할 수 있는 거래 방식"이라는
단정적 표현은 실제 이용자 만족도 조사나 불만 사례 분석 없이는 과장된 주장에
그칠 수 있습니다.
전자계약의 잠재적 리스크
전자계약 방식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들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디지털 격차로 인한 접근성 문제입니다. 고령층이나 디지털 취약계층은 전자계약 시스템 사용 자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는 생애 중요한 재산 행위인데, 특정 계층이 기술적 장벽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면 이는 심각한 형평성 문제입니다. 온라인으로 언제 어디서나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동시에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접근이 불가능한 이들에게는 배제 요인이 됩니다.
법적 효력과 분쟁 해결 측면의 불확실성도 간과되어서는 안 됩니다. 전자서명의 법적 효력이 종이 서명과 동등하다 하더라도, 실제 분쟁 발생 시 입증 책임, 증거 능력, 위변조 여부 판단 등에서 새로운 법적 쟁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스템 오류로 인한 계약 내용 변경, 전송 과정에서의 데이터 손실, 서명 당사자 본인 확인 문제 등은 기존 종이 계약에서는 없던 새로운 유형의 분쟁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양날의 검입니다. 충분한 숙려 없이 성급하게 체결된 계약은 나중에 후회와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보안 위협은 여전히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데이터 암호화와 인증 과정이 있다 하더라도, 사이버 공격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부동산 거래 정보가 집중된 플랫폼은 해커들의 주요 표적이 될 수 있으며, 일단 정보 유출이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막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피싱, 파밍 등의 방법으로 위장 사이트를 통해 계약을 유도하는 사기 범죄도 증가할 우려가 있습니다. 환경 측면에서의 긍정적 효과를 주장하며 탄소 발자국 감소를 언급하지만, 전자계약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디지털 기기 제조 및 폐기 과정의 환경 영향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평가입니다.
전자계약의 실질적 효용성 재평가
전자계약이 부동산 거래의 새로운 표준이 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먼저 복잡한 서류 작업이 간소화된다는 주장은 실제로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충분한 이용자에게만 해당될 수 있습니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라 하더라도 전자서명 방식, 공동인증서 또는 간편 인증 사용법, 계약서 내용 확인 및 수정 절차 등은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여전히 높은 진입장벽입니다. 따라서 단계별 가이드, 전화 상담 지원,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등 보완 장치가 필수적입니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기술의 결합이 보안과 편리함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블록체인은 위변조 방지에 효과적이지만, 한번 기록된 정보를 수정하기 어렵다는 특성은 오히려 계약 정정이나 취소가 필요한 상황에서 경직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활용 역시 알고리즘의 편향성, 자동화된 판단의 오류 가능성 등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기술 혁신이 투명하고 안전한 시장을 만든다는 낙관론은 기술만능주의적 사고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법률 제도 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은 타당하지만, 현재 그 준비 상황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부족합니다. 전자계약 표준화, 분쟁 조정 절차, 소비자 보호 장치, 플랫폼 사업자 책임 범위 등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선제적으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은 먼저 확대되고 문제는 나중에 터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입니다. 부동산 거래의 디지털화가 시대적 흐름이라 하더라도,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혜택을 누리고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전자계약이 부동산 거래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긍정적 도구가 되려면 일방적 찬양을 넘어 냉철한 문제 인식과 보완이 필요합니다. 기술 편의성과 속도만을 강조하는 홍보성 접근에서 벗어나, 모든 거래 당사자의 권익 보호, 법적 안정성 확보, 디지털 포용성 실현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부동산 전자계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 없이 실질적 혜택이 보편화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합니다.



